싱가포르에 오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같은 디자인의 건물이 없도록 법적으로 제한을 두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작은 나라임에도 다양한 건축물들이 많은 편이다. 싱가포르 내의 주거형태인 HDB와 콘도 또한 평면이나 외부공간 계획을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진행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평면들 모아서 분석해보고 싶지만. 마음만 해야지...
싱가포르 HDB 공공주택 건축기술 변화
HDB의 건축 기술은 초기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와 PPVC로 진화하며 시공 속도와 품질을 개선해왔다. 이러한 발전과 함께 건물 층수도 증가하여 초기 10층 이하에서 최대 50층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는 효율적인 토지 이용과 인구 밀도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 1960년대: 초기 HDB 주택은 철근 콘크리트(RC) 구조를 사용했다. 60년대 시기의 건물은 주로 10층 안팎으로, 각 층에 여러 세대가 배치된 공용 복도 형태였다. 건축은 수작업 위주의 시공 방식이었다.
• 1970년대: 20층 이상의 포인트 블록(Point Blocks)이 도입되어, 각 층에 4세대만 배치되어 더 큰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 1980년대: HDB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부품을 현장에서 조립하여 건설 속도를 높이고, 품질이 개선되었다.
• 2000년대: 기존 프리캐스트 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PPVC(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 기술이 도입되었다. 이 기술은 모듈 단위로 방이나 아파트를 조립하여 현장 작업을 최소화한다. 최근에는 HDB는 스마트 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친환경 건축 자재를 적용을 시도하는 스마트 건설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최근 HDB는 40~50층에 이르는 고층 주택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 문제를 해결하고, 싱가포르의 제한된 토지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 대표적인 고층 프로젝트: Pinnacle@Duxton과 같은 개발 프로젝트는 50층을 넘는 초고층 HDB 주택의 대표적인 예.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공법의 장점
한국과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건축하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건축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한국은 철근 콘크리트(RC) 구조를 주로 사용하며, 싱가포르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와 모듈러 건축(PPVC) 방식을 도입해왔다.
1. 건설 생산성 향상과 시간 절약
프리캐스트 공법은 건축 자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함으로써 시공 시간을 단축한다. 이는 현장 작업에 드는 시간을 줄여 더 빠른 프로젝트 완료를 가능하게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신속한 건설이 필수적이며, 특히 BTO(Build-To-Order) 시스템의 도입 이후 프리캐스트 공법이 이를 뒷받침했다.
*BTO : 선분양으로 수요 확인 후 건설 시작.
2. 인건비 절감과 노동력 의존 감소
싱가포르는 해외 인력에 의존하는 국가로, 인건비와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큰 과제이다. 프리캐스트 공법은 현장 노동력을 줄이고, 공장 내 품질 관리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인건비를 절감하는 데 유리하다.
3. 공간 활용 극대화와 고층 건축 지원
토지가 제한된 싱가포르에서는 고밀도 개발이 필수이다. 프리캐스트 공법은 정밀한 제작과 조립이 가능하여 고층 건물 시공에 적합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40층 이상의 HDB 주택들도 주로 프리캐스트와 모듈러 공법을 사용해 지어지고 있다.
4.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현장 환경 개선
프리캐스트 공법은 자재 낭비를 줄이고 시공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를 최소화한다. 이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건설 방식을 선호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한다. 특히 HDB는 BCA Green Mark 같은 친환경 인증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5.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 혁신
싱가포르 정부는 건설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 도시 구축을 목표로 프리캐스트 및 모듈러 건축을 강력히 지원한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서는 PPVC(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와 같은 최신 건축 기술을 적극 도입해 시공 품질과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가 프리캐스트 공법을 선택한 이유
싱가포르는 제한된 국가 토지와 인력 자원, 도시화 가속화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프리캐스트 공법을 발전시킨 이유 중 하나는 시멘트와 건축 원자재의 수급 문제와 관련이 있다.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시멘트와 콘크리트 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자재 자체를 수입해야하고 인접하지 않은 지역특성상, 우리나라처럼 레미콘 차량이 건설현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 원자재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인근 국가들에서 공급되는데, 지역 간 수요와 운송 비용에 따라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수입 의존성이 높은 나라인 만큼 공급망 문제가 건설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싱가포르는 수입에 의존하는 시멘트와 건축 자재의 가격 상승에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주택 건설 속도를 높이고, 현장 인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땅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빠르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Integrated Construction and Prefabrication Hub (ICPH)를 구축하고, 자재를 현지에서 일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허브는 자동화된 기술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부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원자재 부족과 수입 지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이와 함께 PPVC(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 같은 모듈러 건축 방식도 적극 도입해 건설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과 자재 의존도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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